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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반려견

[반려견]강아지 코로나 장염으로 무지개다리 건널 뻔한 '호두' 이야기

by 빽짱구 2023. 6. 22.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그날의 끔찍했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태어난 지는 3개월가량 됐고, 입양한 지는 한 달이 안된 새끼였다.

 

입양하기 전부터 샵에서 의욕이 없는 아이였고, 다른 친구들에 비해 밝지가 않은 상태이긴 했다.

혹시나 아픈 게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뭔지 모를 느낌 때문에 데려오게 되었다.

 

https://webmini.tistory.com/1104

 

[반려견]귀여운 크림 토이푸들 '호두' 입양

고양이를 키우다가 폐렴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다시는 애완동물은 안 키운다 다짐을 했었는데, 다시 강아지를 키우게 됐네요. 이번엔 안아프고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름은 큰딸

webmini.tistory.com

 

첫날부터 시작되다

저녁에 샵에서 '호두'를 데려다주었다.

퇴근 후 호두를 보자마자 건사료를 조금 줬는데 너무나 잘 먹길래 배가 고픈 거 같아서 좀 더 주게 되었다.

 

다음날이 되었을 때 호두는 소화가 안된 첫 구토를 설사와 함께 했고, 바로 샵에 전화를 했는데 사료를 불려서 주지 않아서 소화를 못 시킨 거 같다는 답변을 얻었다.

 

그 후로 사료양을 조절하고 불려서 주기 시작했다.

형태가 없는 설사를 계속했지만 의욕이 없는 거 같으면서도 뛰어놀길래 크게 대수롭지 생각하진 않았었다.

그 상태로 며칠이 흘렀고 설사를 계속하다 보니 의욕도 점점 없어지고 사료 먹는 양도 점점 줄고 있었다.

 

 

주변 사료 추천으로 사료도 바꿔보기도 했는데, 처음에는 먹다가 좀 지나면 기존과 같았다.

그래도 배가 고플 땐 사료를 찾아먹는 걸 보고, 샵주인에 말과 여러 정보를 찾아보니 사료를 불릴 때 물의 양조절을 못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10일 정도를 그렇게 먹이면서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지내게 되었다.

 

 

사료를 먹는 날은 가끔 장난치는 모습도 보였었다.

 

잠복기

2차 접종을 맞혀야 하는 날짜가 돼서 근처 병원을 갔고, 예방접종을 하면서 의사에게 설사 이야기를 했었다.

의사는 사료 양조절과 불림상태에 대해서 이야기해 줬고, 그로 인해 설사를 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2차 접종을 맞고 집에 왔는데 설사 외에 평상시와 크게 다른 증상은 보이질 않았다.

분명 종합백신과 코로나 장염 백신을 접종한 걸로 설명해 줬는데 왜 두 번이 아닌 한 번만 맞추는 걸까?라는 의심이 들긴 했었다.

 

그 후로 3일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또다시 구토를 했고, 설사는 더 심해진 듯 보였다.

마침 주말이라 바로 병원을 찾아갔는데, 의사말로는 사료를 건사료로 바꾸라고 했고, 구토 억재제와 위벽 보호해 주는 주사를 맞히고 집으로 오게 되었다. (한편으로 소화를 못 시키는데 의사가 왜 건사료로 바꾸라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었다)

 

파보, 홍역, 코로나 장염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고, 한편으로는 안심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집에 도착 후 잘 먹진 않지만 의사 말대로 건사료를 조금 줘봤다.

주사 맞은 지 두어 시간쯤 지났을까 그전에 설사했던 것과 다른 오줌 같은 물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 후부터 물설사를 계속하길래 병원에 이야기를 했더니 경과를 지켜보자는 것이었다.

 

병원 다녀온후 물설사

 

처음에 입양했을 때 2차 접종 맞으러 간 날 몸무게는 520g이었고, 구토한 날 병원에 갔을 때 몸무게는 490g이었다.

설사를 하면 사료를 도통 먹지를 않아서 저혈당이 올까 봐 설탕물에 섞어서 줘보기도 한상태였다. 약과 사료를 설탕물에 섞어서 주니까 조금이라도 먹는 모습을 보이긴 했었다. (이건 샵에서 알려준 방법이었다)

 

고통의 시작

물설사에서 일반설사로 바뀌길래 이제 호전이 되나 싶었고, 아침 출근준비하려고 양말을 신을 때 다가와서 장난도 치길래 컨디션이 좋아졌구나 생각하고 한편으로 안심이 된 상태에서 출근을 하게 되었다.

 

아침 출근전 호두 상태

 

사료를 잘 먹지 않는 게 걸려서 주변에 물어보니 포카리(음료수)를 물에 희석해서 주면 흡수도 빠르고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퇴근할 때 음료수를 편의점에서 사고 가고 있었다.

 

 

그 전날에 울타리에서 어떻게 넘어왔는지 현관까지 와서 반기길래 오늘은 어떻게 넘어올까?라는 기대를 안고 현관문을 열었는데, 아무런 소리도 없고 왠지 모를 싸늘함이 느껴졌다.

 

울타리 쪽을 보니까 출근길에 준 사료와 물은 하나도 먹지 않은 상태였고 호두가 보이질 않았다.

잠을 자는 방석이 있는데 끝을 보니 호두가 거의 죽은 채로 누워있었다.

 

당시 호두 울타리 상황 (응급실에 보낸 후 촬영)

 

전에 키우던 고양이가 중성화 수술하러 갔다가 개구호흡을 하길래 병원에서 건강검진하는 도중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적이 있어서 그때의 트라우마가 그 짧은 시간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호두 주사 맞은 곳도 같은 병원이었다)

 

거의 죽은 채로 누워있는 호두를 발견하고 "안돼"를 외치며 몸을 만줘봤더니 아직 딱딱하게 굳은 상태는 아니었다.

정신이 없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코에 인공호흡을 하고 수건에 호두를 감싸고 한 손으로는 설탕물을 급히 타서 다문입속에 넣기 시작했다.

다문입에 힘이 어찌나 강하던지 새끼인데도 벌리기가 쉽지 않았다. (나중에 찾아봤지만 이럴 땐 어금니 쪽으로 넣으면 된다고 한다)

이미 온몸은 축 처진 상태였고 누가 봐도 죽은 상태였는데 설탕물을 먹이기 시작하니까 혀로 입맛을 보는 모습을 보았고, 한쪽눈을 희미하게 뜨고 있었다. 아직 안 죽은 걸 확인하고 바로 24시간 동물병원을 지인한테 찾아달라고 부탁했고 바로 병원으로 수건에 감싼 채 출발을 했다. 대략 병원까지 가는데 20분 정도 걸렸다.

 

어려운 판단

1층은 문이 닫힌 상태였고, 2층 출입구는 찾을 수가 없어서 또 3분가량 지체했다.

그 와중에 호두는 '꺄웅'하는 소리를 냈는데 죽기 전에 나오는 소리처럼 들렸다. 더 다급해져서 옆쪽으로 무턱 되고 달렸는데 출입문이 있어서 바로 간호사에게 호두를 전달해 주었다.

 

바로 응급처치는 했는데, 거의 뼈밖에 안남고 혈액도 측정할 수가 없는 그때 당시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30~1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인가 수의사분이 나왔고, 현상태로는 오늘이 고비라는 말을 들었다.

당시 몸무게는 하루 만에 90g이 빠진 400g이었다.

 

그리고 얼마쯤 더 흘렀을까 수의사분이 다시 오시더니, 파보와 홍역은 없는데 코로나 장염이 키트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하면서 보여주었다.

파보와 홍역은 치사율이 높지만 코로나 장염은 치사율이 10%밖에 안된다고 했다. 다시 말해 90%는 치료만 잘하면 살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새끼 때는 코로나 장염으로도 저혈당 때문에 사망할 수 있는데 지금이 그렇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치료비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셨는데, 코로나 장염은 전염성이 있어서 격리를 해야 하며 일반 보다 더 비싸다고 전해 들었다. 대략 약값과 치료비, 입원비 포함 하루에 50만 원 정도 든다고 했고, 최소 5일은 입원을 해야 하는데 살가능성도 현상태로는 확실치 않다고 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말씀하시기를 '호두'에게는 미안하지만 안락사를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셨다.

가능성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 그전에 키우던 고양이(몽이)를 지켜주지 못한마음이 생각났고 너무 미안해서 이번에는 어떻게는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아 무조건 살려달라고 했다.

 

 

수의사분은 너무 친절하셨고 대화 중에 공감대도 느껴질 정도였다. 일단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이 당시에는 생겼었다.

새벽에 전화가 안 가면 다행인데 전화가 갈경우는 준비를 하셔야 한다고 듣고 집으로 오게 되었다. 그날은 잠도 안 오고 회사도 연차를 써야만 했다.

 

희망

다행히 새벽에 전화는 오지 않았고, 전날 수의사분이 설명해 준 데로 샵에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했는데, 15일이 지났지만 샵에서 연계병원으로 입원치료를 해주겠다고 해서 일단 호두 상태를 보러 병원에 가게 되었다.

 

 

수의사와 전화통화 후 방문한 상태라 살아있는 호두를 볼 생각 하니 너무 기뻤다.

살아있는 호두를 데려오는데 너무 반가웠고, 내 목소리를 듣고 기운이 없는 상태에서 냄새를 맡는 호두를 보니 너무 가엽고 아빠미소가 절로 나왔다.

 

수의사 말로는 아침에 혈당이 30까지 떨어져서 고비를 한 번 더 넘겼지만 체온도 오르고 혈당도 정상수치로 올라와서 연계병원으로 옮겨도 괜찮을 거 같다고 했다. 전날보다 상태는 좋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3일까지 고비라고는 했다.

 

 

조금만 힘내자 호두야~

 

큰딸이 그려준 호두 캐릭터

 

연계병원에서 원장님은 치료받은 병원에서 자료를 받고 통화를 한상태라 호두가 어떤지 알고 있었고, 역시나 아직 새끼라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질 수도 있다고 했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믿는 수밖에 없을 뿐이었다.

 

입원을 시키고 걱정이 돼서 병원에 매일 전화를 해서 상태 확인을 했는데,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사료도 조금씩 먹는다는 말을 들으니 한숨 놓였고 살 거라는 믿음도 강하게 생겼다. 

사료를 먹는다는 건 의지가 있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입원 이튿날은 호두가 짖기 시작했는데, 설사는 아직하고있지만 모양이 점점 잡히고 있다고 하셨다.

 

퇴원

입원할때 길게는 7일, 빠르면 경과를 보고 5일 정도 걸린다고 들었다.

화요일쯤 입원했는데 일요일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건사료도 잘 먹고 설사끼가 없는 건똥을 싸서 이제는 퇴원해도 된다고 하셨다.

 

신나는 마음에 호두를 데리러 갔는데 그동안 호두가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까지 해서 보여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400g에 입원해서 500g에 퇴원을 하게 됐는데 너무 보기 좋았다.

그리고 집에 데려와서 사료를 줬는데 어찌나 잘 먹던지 너무 고마웠고, 무엇보다 호두가 살려는 의지가 너무 강했기에 기특해 보였다.

 

퇴원후 집에서 첫사료 먹는 '호두'

 

사료도 잘 먹고 컨디션이 좋은지 인형 가지고도 잘 놀고,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건똥을 보니 너무 반가웠다.

태어나서 이렇게 똥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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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잘 먹고 잘 노는 걸 보고 응급실 간 날 설사에 범벅이 된 몸을 씻겨주었다.

 

 

아직 산책을 하면 안 돼서, 맨바닥에 내려놓진 못하고 밖에 공기만쐬러 안고 나갔다 왔는데 처음 보는 세상인지 모든 게 신기하다는 눈빛이었다.

 

 

식사를 때마다 챙겨주지 못해서 자동급식기가 필요했는데 친구가 호두를 위해 선물도 해주었다.

목소리 녹음기능이 있어서 맞춰논 시간이 되면 "호두야 밥먹자~" 음성이 나오고 사료가 설정해논만큼 자동으로 급식이 된다.

 

잘먹는걸 보니 이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호두야 살아줘서 고마워~

 

요약

1. 새끼 강아지가 설사나 구토를 하면 병원부터 달려가자.

2. 병원은 꼭 잘하는 곳으로 가자 같은 병원에서 두 번이나 무지개다리를 건널뻔했다. (무리한 건강검진과 잘못된 치료)

3. 사료는 잘 먹는걸 먹이자! (수의사 말씀)